[이끼계곡 명소] 계곡 따라 만나는 이끼의 '수줍은 미소'
습지나 물가 등의 바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끼가 요새 사진작가들에게 큰 관심거리다. 국내에서 유명한 이끼계곡이라고 칭하는 곳은 몇 군데 안된다.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곳도 있지만 첩첩오지, 혹은 통행불가인 곳에 오롯이 숨어 아름다운 자태를 숨기고 있는 곳도 있다. 게다가 폭우가 내리면 몇 년에 걸쳐 생겨난 이끼도 산산이 물속에 흩어져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사진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이끼계곡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봤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신기리에서 봉산면 구절리를 잇는 27㎞ 비포장 구간은 오프로드 드라이빙이나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매니아 아니면 지역 주민이나 겨우 찾아나서는 첩첩 오지길이다. 그러나 얼음골 이끼계곡은 신기계곡 초입에 있어서 힘겹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두타산(1391m, 예전엔 박지산이라 불렸다)에 물이 불어날 때면 수많은 사진작가가 찾아든다. 계곡 옆 산길을 따라 2~3분 정도 오르면 멋진 이끼계곡을 만날 수 있어서 발품을 많이 팔지 않아도 된다.
초입에서 만나는 이끼계곡은 시작에 불과하다. 아름다운 이끼계곡이 계속 이어지는데 국내에서는 가장 길고 가장 멋지다. 사진작가들의 발자국에 의해 좁은 산길은 반질반질 윤이 날 정도가 되었고 사진 포인트로 내려가는 길목에도 어김없이 길은 나 있다. 비가 내려 물줄기가 거세져서 물보라 치는 날 찾으면 이곳이 무릉도원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보는 데 그다지 긴 시간이 필요치 않다. 잠시 보고 진부 쪽으로 나오면 된다. 평창군 지역에 수해가 나기 전에 촬영을 했다. 폭우 탓에 다소 망가졌을 것을 감안해 찾아가면 좋을 듯하고 그저 눈과 가슴으로 느끼고 오라고 권하고 싶다.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진부 나들목~59번 국도 이용해 정선 쪽으로 가다보면 왼편에 신기리마을 가는 다리를 만난다. 마을을 지나면 전봇대에 ‘보감’이라는 글자가 있다. 이 근처에 차를 세우고 개울을 건너 계곡 우측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가리왕산 장전 이끼계곡
진부에서 정선으로 가는 59번 국도변은 올 여름 수해로 망가진 도로를 어렵사리 복구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오대천은 물론이고 오른쪽으로 맑은 계곡이 이어진다. 막동을 지나면서 장전계곡(진부면 장전리)을 만나게 되는데 이 장전계곡을 기점으로 평창과 정선으로 군이 나뉘게 된다. 장전계곡의 상류에 이끼계곡이 있다. 차량으로 손쉽게 올라갈 수 있어 가장 많이 알려진 이끼계곡 중 하나이다.
초입 계곡을 따라 위로 오르면 민가가 띄엄띄엄 나타난다. 예전에는 화전민이 살던 오지마을이었지만 몇 해 사이에 번듯한 전원주택이 여럿 둥지를 틀었다. 민가가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길을 오르면 가리왕산(1561m)의 임도길과 이어진다. 발심사 절집을 앞에 두고 왼편에 이끼계곡이 펼쳐진다. 계곡이 길지 않아 걷지 않아도 된다.
이번 수해로 이끼가 약간 쓸려갔지만 장전계곡 자체는 괜찮다. 사진은 여러 해 전에 찍은 것이다.
찾아가는 길 진부~59번 지방도 이용~큰 길로 직진하면 막동~화의리 부석사 계곡~장전계곡의 순으로 이어진다. 장전계곡을 따라 10여분 정도 오르면 민가가 끝이 나고 왼편에 차 두어 대 정도 댈 공간이 나온다. 바로 옆 어두침침한 계곡이 이끼계곡이다.
맛집 장전계곡의 우미정(033-334-0739)에는 송어회가 있다.
*천혜의 비경,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
평창의 장전리나 두타산 이끼계곡을 비단길에 비유한다면 삼척시 도계읍 무건리 용소 이끼폭포는 완전히 반대로 해석하면 된다. 무건리라는 오지마을에서도 더 첩첩한 산속(비포장 4㎞ 정도)마을인 ‘큰말’까지 들어가야 한다. 여름철에만 농사지으러 찾아든다는 큰말에서도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국내에 이런 오지가 있다는 것이, 이런 오지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경이로울 뿐이다. 큰말에서 산길을 따라 계곡 밑으로 내려가는 거리는 300m 정도로 짧지만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사진작가들이 찾는 날이 아니고서는 인적이 없는 곳이므로 혼자 가는 것은 삼가야 한다.
쏴아 하는 물소리를 따라 계곡에 다다르면 높이 7~8m 높이의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폭포 물줄기는 주로 바위 오른쪽을 타고 흘러내리는데 이끼가 무성하다. 바로 옆 산비탈에도 또 다른 폭포(10여m)가 있는데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이끼가 아름답다. 정작 더 아름다운 이끼폭포를 보려면 밧줄을 걸고 폭포 위로 올라가면 된다. 높이 10여m의 아름다운 이끼폭포가 있고 용소도 있어 절경. 하지만 오르는 일이 쉽지 않으므로 무리는 금물이다. 오르지 못해도 오지 마을의 공기를 가슴속에 가득 담았고 사람 손길 전혀 닿지 않은 폭포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라고 위안하길 바란다. 주변에 먹거리와 숙박지는 전혀 없다. 도계나 태백, 삼척 등지를 이용하면 된다.
8월 중순에 혼자서 힘겹게 찾아간 필자는 무서워서 폭포 위로 올라서질 못했다. 내려오면서 전동섭 무건리 이장집을 찾았다. “위로 올라가야 용소도 보고 그럴 텐데. 얼마 전 도계에 살던 아주머니 여섯 명이 왔는데, 한 명도 위로 못 올라가고 돌아왔다”는 말도 전해준다. 이런 오지에도 사람들이 얼마나 찾는지 한꺼번에 차량 10대도 들어간 적이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