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서지산(552.9m)
낙엽과 암릉구간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서지산을 오르다 보면
눈 아래로 그림같이 아름다운 운문호를 감상할 수 있다.
산을 내려왔을 때 허전했다. 산 기슭에 손지갑이라도 빠뜨리고 내려온 듯한 기분이다. 앞 뒤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었다 뺐다 부산을 떨었다. 그 허전함에 대한 답은 깔끔하게 포장해 놓은 임도를 걸으면서 분명해졌다. 낙엽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귓가를 울리던 ‘사각사각’, 바로 낙엽 밟히는 소리 때문이었다.
서지산 산행의 전반부는 낙엽산행이라 할 만하다. 낙엽 밟는 소리가 산행 내내 발길에 따라 붙는다. 소나무가 거의 없어 퍼석퍼석한 낙엽은 겹겹이 쌓였다.
그러나 후반부에는 운문호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암릉구간이 있다. 조망은 후반부가 훨씬 낫다. 산행 코스는 지촌마을~427m봉~605m봉~임도~501m봉~삼거리~암릉구간~서지산(552.9m)~암릉구간~삼거리~철탑 2개~먹방계곡~임도~농장~오진리~옹강산 입구~정류장. 6시간 이상 걸린다.
경주에서 서대구행 직행버스를 타고 산내를 지나 지촌마을에 내린다. 40분 거리. 동경매운탕 간판이 섰다. 운문댐 안내 지도가 보인다. 뒤로 돌아 지촌매운탕 가게 앞까지 간다. 오른쪽으로 꺾는 길이 있다. 철조망을 따라간다. 노란 물탱크가 하나 있고 오른쪽으로 운문댐 끝자락이 고개를 내민다.
50m쯤 가 왼쪽으로 틀면서 콘크리트 도로를 벗어난다. 농로다. 무덤 뒤로 산길이 이어진다. 잠시 뒤 다시 임도와 만난다. 능선에 닿을 때까지 따라간다. 마을에서 능선까지는 15분이면 충분하다.
오른쪽으로 치고 나간다. 잡목이 우거져 길이 매우 거칠다. 100m 앞에서 왼쪽으로 빠지는 길은 무시. 묘를 하나 지나고 나오는 갈림길에서는 왼쪽이다.
잔가지가 길을 막는다. 얼굴을 긁는다. 코팅된 면장갑이 있으면 길을 헤치기가 한결 편하다. 길쭉한 낙엽송이 몇그루 선 곳이 나온다. 갈림길에서 산 오른쪽 사면으로 빠지는 길 대신 능선을 보고 오른다. 봉우리를 넘으면 결국 길은 합쳐진다.
봉우리에 서면 청도군이 세운 상수원보호구역 흰말뚝과 삼각점이 있다. 처음 올라선 능선에서 여기까지는 20분. 상수원보호구역 말뚝은 봉우리마다 박혀 있어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내려서면 안부에 닿는다. 이때 봉우리에 오르기 전 오른쪽으로 빠지던 길과 만난다. 안부에서 산 왼쪽 허리를 따라 난 길로 걷는다. 15분 정도 가면 토성의 흔적처럼 불룩하게 이어진 곳이 있다.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의 소행인지 켜켜이 쌓인 낙엽을 온통 헤집어 놓았다. 쟁기로 갈아엎은 것처럼 이랑이 만들어졌다. 무릎까지 빠지는 곳이 있다. 낙엽에 파묻힌 발걸음을 옮기기도 힘들 정도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잔가지 틈으로 운문호가 살짝살짝 몸을 드러낸다. 워낙 나무들이 키가 크게 자라 있어 조망은 썩 좋지 못하다. 이곳에서 보는 운문호는 V자형.
길이 뚜렷하지 않다. 적어도 몇년은 묵은 듯하다. 낙엽까지 어지러이 널려있어 산길은 더 헷갈린다. 낙엽을 밟고 가다보면 상수원 보호구역 29번 말뚝 지점에 도착한다. 오르막 내리막이 여러번 있지만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여름이라면 땀깨나 흘렸을 법하다.
갑자기 급경사에 부딪힌다. 낙엽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목에 단단히 힘을 줘야 한다. 봉우리에 오르면 28번 말뚝. 내려서면 무덤이고 안부를 한번 치고 다시 오르막이다. 다음 봉우리까지는 25분. 27번 말뚝이 박혀있다. 왼쪽으로 튼다.
정면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먹방이다. 두 번의 오르막을 지나야 하는데 20분이면 된다. 25번 상수원보호구역 말뚝과 수풀 가운데 삼각점이 있다. 이곳은 예전에 ‘다시찾는 근교산’에 소개된 적이 있는 봉우리다.
봉우리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 10m쯤 나간다. 왼쪽으로 빠진다. 100m 정도 가파른 길을 내려선다. 안부에 닿았다 직진해서 작은 봉우리에 오른다. 넘어 내려서면 중간지점에 갈림길이 있다. 왼쪽으로 꺾으면 농장으로 연결되는 임도로 바로 내려간다. 직진.
사람 다닌 흔적이 희미하다. 15분이면 임도에 닿는다. 가로질러 오르면 501m 봉우리. 내려서면 삼거리와 만난다. 서지산 정상에 올랐다가 이 지점으로 다시 내려와야 한다.
능선을 따라 암릉구간이 이어진다. 바위를 타고 넘는다. 전망대가 곳곳에 있다. 철탑을 지나고 왼쪽으로 운문호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큰 바위를 만나 오른쪽으로 돌아서 나가면 서지산 아래로 급한 오르막이 기다린다.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다. 삼거리와 서지산 정상을 왕복하는데는 1시간 이상 소요된다.
잡목이 빽빽이 들어선 서지산은 길이 거칠기로 유명하다.
삼거리에서는 오른쪽으로 산허리를 돌아 내려간다. 철탑을 잇따라 지나면 계곡. 임도를 따라가면 농장이 나온다. 이곳은 오리골이다. 몇가구가 사는 농장이 있다. 대추나무와 곶감이 많다.
수반마을까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30분 거리. 내리막 경사가 보통 심한 게 아니다. 수반마을에서는 흙벽만 남은 집터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마을회관을 지나 운문사와 청도읍을 연결하는 도로까지는 25분 정도 걸린다. 십리골산장 앞에 운문사에서 나오는 버스가 선다.
교통편
부산에서 경주까지 간다. 3천6백원.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내를 경유하는 서대구행 직행버스를 탄다. 오전 9시45분, 11시40분 버스를 타야 산행시간 조절이 편하다. 지촌마을에 내리면 20번 국도와 921번 지방도 갈림길이 보인다.
청도군 운문면 오진리 십리골산장 앞에서 청도읍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3시50분, 4시50분, 5시40분, 7시15분에 있다. 3천원.
떠나기전에
겨울산행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산불이다. 특히 서지산처럼 낙엽이 많이 쌓여 있는 산은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요즘은 전국에 건조주의보까지 발령돼 산불 발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산이 좋아 찾아가는 산에 사소한 실수로 막대한 피해를 입혀서는 안된다.
하산길에 만나는 농장에서는 곶감을 살 수 있다. 노인 부부가 주먹만한 감을 깎아 그늘에 말린 것이다. 만원어치만 사면 4인 가족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준다.
십리골산장 맞은 편에는 버섯전골집 천하대장군이 있다. 1인분 8천원. 버섯과 갖가지 야채가 듬뿍 담긴 전골로 몸을 녹일 수 있다. (054)371-1071
이창우 산행대장|글·사진 김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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